길 잃은 탐험가 어니스트 색클턴 경 일행은 눈보라와 추위 속에서 북극점을 찾기 위해
벌써 여러 달째 악전고투를 하고 있었다. 개인 비상 식량인 비스킷마저 다 떨어진 상태
였다. 마지막 남은 비스킷 몇 조각을 대원들에게 다 나누어 주고 눈 속에 천막을 친 그
날 밤 색클턴 대장은 막막한 심정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얼어 지친 몸을 눞히고
눈을 감고는 있으나 걱정이 태산 같은 마당이라 잠이 오질 않았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소리없이 일어나는 기척을 느꼈다. 대원 중 한 사람인
그 그림자는 자기 옆 사람의 주머니를 뒤지는 듯했다. 비스킷 종이가 바스락거렸다.
순간 대장은 절망감과 배신감에 휩싸였다.

'아무리 배가 고프기로 동료 대원의 비스킷을 훔치다니!'

더구나 그림자의 주인은 자신이 특별히 신임하던 대원이었다. 이에 색클턴 경은 어둠 속
에서 눈을 부릅뜨고 그 대원이 하는 짓을 쏘아보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그는 그 그림자
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리고는 다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대원은 훔치려던 게 아니라
오히려 자기의 얼마 남지 않은 비스킷을 나이 어린 대원의 호주머니에 몰래 넣어 주고 있
었던 것이다.


- <좋은 생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