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은 흔들리는 집과 같습니다. 불안할 때 우리는 스스로를 지탱할 힘이 없습니다. 아물지 않은 상처와 아픔들, 삐거덕거리는 인간관계로 점철된 마음은 아주 약한 바람이 불어도 흔들려 자칫하면 깨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불안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특히 만성적으로 걱정과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한 번 내린 결정을 자주 번복하기도 하고, 확인받고 싶은 마음에 꼬치꼬치 캐묻기도 합니다. 삶의 작은 변화에도 힘겨워하며 자신이 만든 안정의 틀에 타인을 맞추려 합니다. 그러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헨리 나우웬이 쓴 『두려움을 지나 사랑의 집으로』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프랑스에 있는 라르쉬(정신지체장애인 공동체)의 집 가운데 하나인 라 포레스티에르에는 장애가 매우 심한 사람들이 사는데, 그곳에서는 불안이 자해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봉사자들은 말을 하지도, 걷거나 먹거나 스스로 옷을 입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씁니다.

의사표현을 거의 하지 못하는 이 사람들의 마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를 헤아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있기만 해도 존재론적인 두려움을 감지하게 됩니다. 우리가 아무리 연민을 다해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매우 강렬한 두려움입니다.

그들의 이러한 불안은 아무도 꿰뚫을 수 없는 엄청난 외로움을 암시합니다. 돌봐주는 친구나 편안한 집의 필요를 운운할 계제가 아닌, ‘집 없음의 상태’, 인간을 절망이라는 깊은 골에 빠지게 하는 ‘정처 없음의 상태’를 암시합니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함께 있는 것밖에 없습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격리에 익숙합니다. 언제 또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헨리 나우웬은 이들이 ‘집 없음의 상태’, ‘정처 없음의 상태’를 겪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집이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곳, 걱정과 긴장과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곳, 쉬고 치유받을 수 있는 곳, 있으면 기분이 좋은 곳’입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시공을 초월하는 개념으로 들립니다. 휴식이 있는 곳이라면 고향집도 나의 집이며, 잠시 머물고 있는 타지의 공간도 나의 집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 평생을 지내온 집도 집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의 집은 어떤가요? 때로는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는 추억들이 있습니다. 이런 추억들이 많을수록 마음의 집은 견고하게 지어집니다. 그래서 집은 시공을 초월해 불안한 사람의 마음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기 때 문입니다.

버텨주는 사랑은 그리 거창하지 않습니다. 나와는 다를지언정 소외시키지 않고 받아들이는 사랑, 내가 알던 그 사람과 조금 다를지언정 ‘저 사람도 인생 굴곡의 하행선 어디쯤에 있겠지.’ 하며 이해하는 사랑이 버텨주는 사랑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기댈 때 지나치게 부담스러워하거나 무너지지 않는 적당한 힘을 주는 사랑이지요.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버텨주는 사랑의 힘으로 우리는 오늘도 불안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 『감정이 있으니까 사람이다』 중에서
(황선미 지음 / 소울메이트 / 320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