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8월에 나는 아내와 함께 그랜드 캐년 국립 공원에 이틀 일정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우리는 그곳의 장엄함에 사로잡혔습니다. 나는 새벽이 되기 전에 깨어 동틀 무렵 까마득히
솟은 벼랑길을 홀로 걸었습니다. 거기서 나는 협곡 위로 막 솟아오르는 태양을 기다렸습니다.
태양은 불시에 세상을 빨갛게 물들였습니다.

아, 하나님은 얼마나 풍성하신지요! 그랜드 캐년의 황량한 오솔길을 걷고 있을 때 주변에
외롭게 피어있는 아네모네에는 하나님의 색채감각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하나님,
왜입니까?" 나는 물었습니다. "아무도 이 넘치도록 아름다운 빛깔을 보지 않을 텐데요.
누구도 이 거칠고 인적 없는 초원을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처럼 대답
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이 이를 함께 즐거워하면 되지 않겠느냐."

우리가 하나님보다 자연을 찬미하는 경건주의자가 될까 두렵습니까? 지나치게 반응하면 안
됩니다. 하나님을 경배하는 우리 자신도, 그 자연의 한 부분입니다. 우리가 온 우주의
하나님을 한 전체로 보지 않고, 예배의 하나님, 신조의 하나님, 신학적인 하나님 또는
종교적 영감의 하나님만을 찬미하는 것은 유감입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원인의 뒤에 있는
우주적 근본이신 하나님을 지나칩니다.

우리는 그분이 계신 자연에서 그분에 대해 매우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여기서 모든 것은
각각의 음으로 하나님과 함께 울려 퍼질 때까지 노래될 것입니다. 달빛비치는 강가에서
싯다르타가 그랬듯이, 나는 나를 보시며 채우시는 하나님을 알고 느낍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인 그분은 나와 함께 앉아, 내가 외로운 광야에서 바라보는 모든 것과 나를 하나되게
하기 위해 손을 내밉니다.

나는 그 황량한 오솔길에서 흰 나리를 들고 놀라움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들의 백합꽃이 어떻게 자라는가 살펴보아라...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못하였다"(마태복음 6:28-29). 오, 하나님!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나 또한 주님의 피조물로서 소리 높여 주의 이름을 찬미합니다.

세상의 미술관에 있는 인상파 화가나 렘브란트의 따뜻한 암갈색 붓끝에서도 우리는 그분을
볼 것입니다. 이 예술가들 중 무신론자가 있습니까? 괜찮습니다. 하나님은 화폭을 구성하는
한 올 한 올의 실에 계시므로 부인될 수 없습니다. 작곡자가 불신자라고요? 문제 없습니다.
그가 믿지 않아도 하나님은 콘서트 홀에 계십니다. 위대한 문학작품이기는 하지만 하나님과는
아무 상관없는 책이 있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어떤 일리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면, 그 책은 분명하게 하나님에게서 왔음에 틀림없습니다. 하나님에게서 왔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 그 자신께서 책 단락에 살고 계십니다. 우리는 책갈피 사이 사이에서
우리 망막에 진리를 전해 주시는 익명의 하나님을 만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혀 생각지
못한 한 문장 한 단락에서 진리의 빛을 보고 기뻐할 것입니다.

내 조급함을 버릴 때, 내 안에 계신 하나님은 내 밖의 하나님과 생생한 대화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안이면서 밖이라니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합니까? 나는 하나님의 많은 것을
담기에는 너무 작은 그릇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분의 임재로 충만하여 나의 인성이, 내가
품고 또 다가가는 하나님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것을 발견합니다. 내 영의 좁은 한계를
벗어나 그분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물들을 따라, 나는 오늘도 내적 경배의 제단에서
내려옵니다.


- <그리스도가 계신 자리>(캘빈 밀러, 요단출판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