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나는 어제 슈퍼마켓의 계산대에 줄을 서 있었다. 나는 내 아이들이 얼마나 게으른지
에 대한 얘기를 친구에게 늘어놓았다. 그날 아침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해 돌아와 보니
우리 집은 엉망진창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그저 받을 것만 바라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내가 자기들을 위해 등이 휘
도록 일하는데 집 하나 정리 정돈을 못하다니 말이야. 사실 집이 난리통인 것은 참을 만하
지만 집안 꼴이 그 지경이면 주부인 나만 욕먹는 것 아니겠어?"

"참 복도 많으시네요." 내 뒤에 서 있던 부인이 갑자기 대화에 끼여들며 말했다. "나도 아
이들이 그렇게 어지럽혀 놓은 집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카펫을 망치
고 접시를 여기저기 흩어 놓아도 좋아요. 빨랫감이 많아도, 빨래를 갤 때 양말 짝을 맞추느
라 힘들어도 싫어하지 않을 거예요. 남들이 우리 집이 지저분하다고 욕해도 개의치 않고 오
히려 그런 말 듣는 것을 즐기겠어요. 집에 가면 무엇보다 먼저 아이들에게로 가서 안아주고
입맞추며 내가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는지 말해 줄 겁니다... 우리 두 애는 교통사고로 죽었
어요. 이제 남편과 나, 이렇게 둘뿐인 집은 언제나 깨끗하고 빨래도 밀리지 않고 설거지도
항상 되어 있지요. 벽에는 아이들의 손자국도 없고 카펫에 원인 모를 흔적 따위도 안 생겨요.
아이들의 싸우는 소리도 안 들리고 문을 꽝 닫는 소리도 없지만, 웃음소리도 없고 '엄마 사
랑해!'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없어요. 이제 부인이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인지 아시겠어요?
지금 부인의 그 괴로움을 내가 다시 겪을 수만 있다면 온 세상을 주고라도 바꾸겠어요. 아이
들을 안아 주고 눈물을 닦아 주고 그들의 꿈도 나눌거예요. 그냥 아이들 노는 모습만이라도
지켜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만약 우리 아이들이 살아만 있다면 집이 어떤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어요. 그냥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행복할 겁니다."

누군가 이제 우리 집에 와서 북새통이 된 모습을 보고 나를 욕하고 싶다면 욕해도 좋다.
왜냐하면 나는 복 있는 자가 분명하니까.

태미 러스 러슨

<사랑하는 가족에게 읽어주고 싶은 이야기>(두란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