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쓰 지음/황매/360쪽/12,000원)

필자는 10여년 전 홍콩에 근무하면서 본토의 중국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자주 있었다. 당시 필자에게는 중국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관리들의 부패와 뇌물이었다. 중국에서는 관리에게 뇌물만 안기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사고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우리나라 돈으로 한달 급여가 10만원도 채 안되는 경찰관이 아내의 생일에 수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곤 했다.

실제로 지난 3월 베이징에서는 ‘부패에 반대하고 청렴을 주창하기 위한 경고성 교육전’이라는 유별난 전시회가 열렸고 2000년 이래 적발된 42건의 대형 공무원 비리의 주인공들의 수갑 찬 사진이 전시됐다. 특히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수도도로발전공사 전 당 서기의 사진이었다. 그는 10년간 1000만 위안을 뇌물로 받아 결국 사형선고를 받았다.

현재 ‘염황잡지’의 집행주임인 우쓰가 저술한 ‘잠재규칙’은 5000년 중국 역사 속에 뿌리 깊이 박혀온 관료들의 부패 상황과 그들을 움직여 온 행동원칙들을 철저하게 해부하고 있다. 황제시대의 관료집단에서부터 최근의 공산당 지도층에 이르기까지 중국사회의 관리들은 힘을 독점하고 법을 장악함으로써 그 사회와 민초들의 운명을 지배해왔다. 저자는 중국의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을 세심하게 더듬어 이 집단의 지배원리가 겉으로 외치는 인의, 도덕, 충성, 청렴 등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손익계산서였음을 밝혀내고 있다. 결국 수많은 관료집단의 내부 그리고 집단간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 현실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규칙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잠재 규칙’은 성문화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구속력이 매우 강한 관료들의 행동 원리라고 주장한다.

권력을 가진 관리들은 자신들이 합법적으로 남을 해칠 수 있는 합법적 상해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 권한을 고무줄처럼 신축성 있게 활용하여 잇속을 챙긴다. 이들의 눈에 백성들은 그저 맛좋은 먹이감에 불과하다. 또한 저자에 따르면 중국 고대 역사서에는 ‘구(具+求)’ 자가 자주 등장하는 데 여기서 ‘조개 패(貝)’는 재물을 뜻하고 ’구(求)’는 청한다는 뜻이니 ‘돈을 주고 청하는 것’, 즉 ‘뇌물을 준다’는 뜻이다.

합법적 상해권이라는 보도를 휘두르려면 보도를 쥔 자의 마음에 악의가 있어야 하고 따라서 양심이라는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하지만 ‘구’는 이러한 귀찮은 걸 대신 해결해준다. 수중에 권력만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와 달콤한 유혹의 손길을 뻗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관리들은 달콤한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할 수 없다는 듯이 그 품에 안기어 결국 그들과 한 편이 되고 만다. 그리하여 또 한 명의 청백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중국 5000년 역사를 지배해 온 부패한 관료들의 숨겨진 규칙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현대 중국의 성장과 발전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오늘날 심심치 않게 터져나오는 정경 유착 및 각종 비리 사건들은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된 치부임을 말해주고 있다. 세계 역사를 통해 보듯이 관료들의 부패는 결국 사회 전체를 썩게 만들고 마침내 체제를 붕괴시키고 만다. 중국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자.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