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언론이 주목한 책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사랑, 문학, 여행, 철학, 불안 등의 영역에서 특유의 명민함과 유쾌함이 담긴 글쓰기를 해온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아웃사이더로서 건축의 영역을 탐구하여 찾아낸 행복을 제시하는「행복의 건축」(알랭 드 보통 지음)이 이레에서 출간되어 지난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장소가 달라지면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사람도 달라진다'라는 관념을 제시하면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기능적이며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건축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면서, 건축이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의 행복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현대 100년사와 등대 100년사에 관한 본격적인 현장탐사 기록을 담은 책「등대」(주강현 지음)가 생각의 나무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역사민속학자이자 해양문화사가인 주강현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보고서로, 우리나라 서해, 남해, 동해 그리고 제주도에 세워진 등대들을 탐사하고 우리나라 등대가 세워진 시기와 연원을 살피고 있습니다.

1606~1888년까지 30만 명이 등재된 조선시대 경상도 단성현의 호적대장을 10년 여에 걸쳐 전산데이터베이스 작업해서 당대 생활상을 분석한「호적」(손병규 지음)이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많은 눈길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양반-평민-노비라는 엄격한 신분제, 가부장제적 권위가 이데올로기화 한 가족질서 등 우리가 '전통'으로 그리 오래지 않은 시기에 형성되기 시작했음에 주목하며, 호적이라는 국가공문서를 통해 어둠에 가려 있던 개인과 여러 계층의 일상적 삶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5.18 당시 계엄군이었던 사람과, 도청에 끝까지 남아 있었던 시민군들의 아들, 딸들이 26년이 흐른 후에 모여 법이 응징하지 못한 '전범'을 단죄한다는 내용의 팩션(fact+fiction) 만화「26년」(강도영 지음)이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많은 눈길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시민군을 죽인 죄책감에 시달려온 대기업 회장 김갑세(49)가 2개월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뒤 시민군에 참여했던 부모를 잃은 공통점을 지닌 젊은이들과 함께 법이 심판하지 못한 당시 최고책임자를 단죄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독일사단의 보병으로 1942년부터 1945년까지 러시아 전선에 배치 받았던 기사예르의 회고록「잊혀진 병사」(기 사예르 지음, 서정태 옮김)가 루비박스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많은 눈길을 받았습니다. 집단의 승리를 위해서 개인은 어떻게 희생되고 망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그 비장함만큼이나 헐리우드의 전쟁영화 같은 스펙터클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역발상의 법칙』,『왜 지식경영이 실패하는가?』등의 저서로 국내에서 출간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던 조직 혁신과 조직 행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인 로버트 서튼이 건전한 기업 문화의 핵심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펴낸 책「또라이 제로조직」(이실MBA刊)도 언론의 눈길을 받았습니다.

이밖에 인문학 분야의 재기발랄한 젊은 학자들이 모여 각각 예술과 학문, 글쓰기와 자기표현으로서의 '언어', 즐거움과 욕망, 삶의 여유를 반영하는 '놀이' 의 4가지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는「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언어의 달인, 호모 로��스/예술의 달인, 호모 아르텍스」(그린비刊), 우리 민족의 삶과 애환, 정서가 녹아 있는 107가지의 소리들을 채집한 책「소리,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듣다」(이가서刊), 경제영역뿐 아니라 정치, 사회 심지어 광고 같은 일상적인 분야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경제 이야기들을 가벼운 에세이 형식에 담아내고 있는「세상을 비추는 경제학」(베리타스북스刊), 등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끝으로, 5월 둘째주 서울 중앙일간지에서 주목을 받았던「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푸른역사刊)가 지방신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공부에 편집증적으로 매달려 있지만 무武에는 무無지한 후보로 본 그의 아버지 태종, 세종의 얼굴에서 보이는 고독과 집현전 학자들에게서 간간히 느끼는 분노를 읽어냈던 수양대군, 중국과 지식 경쟁을 벌이고자 했던 세종의 자존심을 그려낸 정인지, 유감동 사건과 같은 성 스캔들이나 세자빈의 동성애 사건을 난감한 표정으로 대하는 세종의 모습을 묘사한 허조 등 9개의 각기 다른 시선은 세종의 면모를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